2009년 10월 30일 금요일

[생각] 입법절차의 위법과 그 법률의 효력

이른바 미디어관련법(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 방송법, 인터넷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등)의 처리과정상의 논란과 관련한 헌법재판소의 결정(2009.10.29,2009헌라8)이 있었다. 헌재의 결론을 요약하면 ‘절차는 위법’하지만, 국회의 입법자율권을 존중하여 그 법률들의 ‘효력은 유효’하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주로 입법과정상의 절차에 주목한 이번 결정에서는 신문법과 관련하여 재판관 이강국, 조대현, 김희옥, 송두환의 위법의견이 밝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회의 심의절차는 표결절차와 마찬가지로 국회에 의한 의사결정에서 생략할 수 없는 핵심절차로서, 의회주의 이념을 기초로 하는 국회 입법절차의 본질적인 부분이므로 국회법 제93조는 심의절차를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로 규정하고, 특히 위원회의 심사를 거치지 아니한 안건에 대하여는 본회의의 의결에 의하여도 질의․토론 절차를 생략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안건에 관한 심의가 보장되도록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서는 신문법 수정안에 대한 질의· 토론신청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사전에 부여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질의ㆍ토론절차를 생략한 피청구인의 의사진행은 국회법 제93조 단서에 명백하게 위반된다.”고 하였다.

또한 표결절차의 위법과 관련하여 재판관 이강국, 이공현, 조대현, 김희옥, 송두환의 위법의견이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헌법 제49조가 천명한 다수결의 원칙은 국회의 의사결정 과정의 합리성 내지 정당성이 확보될 것을 전제로 한 것이므로, 법률안에 대한 표결절차가 자유와 공정이 현저히 저해된 상태에서 이루어져 표결결과의 정당성에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인정되는 경우라면, 그러한 표결절차는 헌법 제49조 및 국회법 제109조가 규정한 다수결 원칙의 대전제에 반하는 것으로서 국회의원의 법률안 표결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방송법과 관련하여 재판관 조대현, 송두환의 위법의견이 명백히 하고 있는 바와 같이 “질의와 토론의 기회를 실질적으로 부여하는 것은 의회민주주의 원리 등에서 도출되는 법률안 심의․표결권의 본질적 내용을 구성하므로, 질의․토론을 임의로 생략할 권한이 없는 피청구인이 장내소란을 이유로 질의․토론을 실시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것은 그 발언의 효력 유무와는 무관하게 질의와 토론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할 수 있는 것으로서 피청구인의 자율적 의사진행 권한의 한계를 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각 법률의 무효확인청구에 대한 판단에서 재판관 조대현, 송두환의 인용의견이 언급하고 있는 바와 같이 “법률안에 대한 국회의 의결이 국회의원들의 심의‧표결권한을 침해한 경우, 그러한 권한침해행위를 제거하기 위하여는 권한침해행위들이 집약된 결과로 이루어진 가결선포행위의 무효를 확인하거나 취소”하여야 하며, 이러한 “가결선포행위의 심의·표결권한 침해를 확인하면서, 그 위헌성․위법성을 시정하는 문제는 국회의 자율에 맡기는 것은, 모든 국가작용이 헌법질서에 맞추어 행사되도록 통제하여야 하는 헌법재판소의 사명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다수의 견해가 국회의 자율권을 고려하여 각 법률의 무효확인과 관련해서는 기각을 선고한 이번 결정은, 법원의 재판권을 존중하여 변형결정을 선고한 최근의 야간 옥외집회금지 헌법불합치결정(2009.09.24,2008헌가25)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논쟁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즉 다수의 비판적인 견해들은 헌재의 순수한 법리적 결론이라는 입장에도 불구하고 다분히 정치적인 고려에 치중한 것이라는 주장들이다.

위헌법률심판에서 이미 사실상 위헌으로 결정된 법률을 적용(그것도 형사재판에서)하는 법원과, 다수 재판관들이 인정한 입법절차의 명백한 위법이라는 과정상의 하자를 안고 유효한 결론만 취하고자 하는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심정은 과연 어떠할 것인가?

다행히 야간옥외집회와 관련해서는 법원이 형사사법에 있어서 헌법불합치의 계속적용이라는 형식적 결론에 얽매이지 않고 헌법정신을 존중하여 최근 무죄판결을 선고한 사례가 나오고 있는 것은 개인적으로 바람직하고 다행스런 일이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에서의 절차적 정당성은 민주적 정당성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요소이다. 입법절차 위법확인법률의 무효선언이 논란을 없애는 확실한 방법일 것이지만, 헌법재판소의 고충의 결론인 변형결정과 마찬가지로 입법자율성 고려의 헌법정신들을 법원이나 국회가 존중하지 않는다면 헌법기관으로서의 권위는 유지하기 힘들 것이며, 비록 법적 책임으로부터는 회피가능할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으나, 정치적 심판으로부터는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생각된다.